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지만 인간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그리고 혹시 미래 육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를 가끔씩 보는데요. 8월 6일(61화)과 8월 13일(62회)에 출연한 금쪽이를 보면서 정말 느낀 게 많았어요. 뭔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제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아이의 문제행동과 그 솔루션이 단지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요즘 많은 어른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 포스팅을 남깁니다.
금쪽이의 문제 행동
이번 편에 나온 금쪽이의 문제 행동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거였어요. 과민한 반응이라는 게 보통 과민한 반응이 아니고 정말 과~민한, 감정이 1에서 1000으로 증폭되는 반응이라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침을 뱉고 데굴데굴 구르고 악을 쓰고 스스로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에 보는 내내 저도 말을 잃었는데요. 보는 사람도 힘든데 아이 자신은 얼마나 힘들까 싶더라고요.
아이 자체는 혼자서 책도 잘 읽고 토론도 좋아할 정도로 똘똘해 보였는데요. 이론적으로는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언어 능력이 적절히 발달되지 않아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말로 자신의 불안함이나 화 등을 표현하지 못하다보니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그러한 행동으로 화를 분출하고 자신의 불안함을 해소하려고 해서, 금쪽이도 감정적으로 지치게 되고 금쪽이의 부모님도 기진맥진하게 되는데요.
금쪽이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장면에서 금쪽이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그러다 자신은 지금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며 힘든 마음을 토로합니다. 금쪽이가 환하게 웃을 때 너무 귀엽고 예쁜데, 빨리 솔루션을 해서 그런 모습을 되찾았으면 싶더라고요.
오영은 박사님의 솔루션
이 시대의 육아 구세주 오영은 박사님! 사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때부터 오영은 박사님의 팬이었고 육아나 아동분야를 벗어나서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 존경하는 분인데요(거기다 너무 사랑스러우세요~~!!)
오영은 박사님은 금쪽이가 화용 언어를 활용하는 능력, 즉 사회적인 상황에 맞는 언어를 표현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단지 말로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지 말고 직접 동영상을 찍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금쪽이와 함께 사회성 사전(생활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대응 전략 사전)을 만들라고 합니다.
솔루션 이후 개선
한 예로 금쪽이는 아직 혼자 등교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엘레베이터를 타고 왔을 대 집 현관문이 닫혀 있으면 불안해해요. 그래서 자신이 올 때 쯤에 현관문을 열어놔달라고 엄마한테 부탁해놓았는데, 집에 오는 시간이 항상 일정한 게 아니고 가끔은 엄마도 까먹을 때가 있으니 현관문을 열어 놓지 못할 때가 있어요. 금쪽이는 그럴 때면 괴성을 지르면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처럼 자신의 불안함과 무서움을 표현하는데요.
오영은 박사님의 솔루션에 따라 금쪽이 아버님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러서 문을 여는 모습과 문을 연 뒤 "왜 문을 안 열어놨어요~"라고 말로 자신의 불안함을 표현하는 모습을 직접 영상으로 찍고, 그 영상을 금쪽이에게 보여줍니다.
금쪽이는 그 모습을 웃으면서 보더니 이내 불안함과 무서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열고 문을 열며 "나 진짜 무서웠어"라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역시 습득력이 정~말 빠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어른들도 자신이 무서워하는 게 있으면 그걸 직면하고 극복하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니까요. 다행히 아이들은 아직 뇌도 말랑말랑 할 거고 마음의 문이 닫혀있지 않을 거기 때문에 솔루션을 했을 때 비교적 빠르게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솔루션 이후 또 다른 문제 행동 발생?
61회에서는 아이가 난리 난리 생난리, 발광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첫 솔루션 이후 62회에서는 난리를 치는 대신 침울해하며 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불안해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난 괜찮아, 난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려고 하는 데 진정이 잘 안되자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합니다.
그래도 61회 때 통제가 전혀 되지 않던 과민성 행동에서 한 단계 발전해 이제 자신의 감정의 종류를 스스로 분별하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문제 행동이 개선되고 있다고 오영은 박사님은 말씀해주셨어요.
앞으로 부모님과 금쪽이가 함께 꾸준히 노력해간다면 아이가 자신의 과민함과 불안함을 적절히 다스릴 수 있는 법을 터득하게 될지 않을까 싶어요(사실 이런 건 어른들도 힘든 거잖아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치 않을까 싶어요).
이번 편을 보며 느낀 점
금쪽이를 불안하게 만든 것 중 하나는 금쪽이가 유튜브에서 본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상현실이라면?"이라는 영상인데요. 아마 이 영상을 보고 자신이 사는 세상이 가상현실일까 싶어서 많이 불안했던 것 같아요.
아, 역시 아이들은 어떠한 영상이나 콘텐츠를 보든 부모가 항상 함께 시청하면서 코멘트를 해주고 영상의 내용을 한번 더 해석해 줘야 하겠구나 싶더라고요(금쪽이의 부모님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걸 비난하거나 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모든 영상을 함께 다 볼 수는 없는 거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 스스로 영상을 시청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되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 중에 상상력이 너무 뛰어나거나 불안함이나 무서움을 잘 느끼는 과민한 아이들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진짜가 아닌 게 진짜라고 믿는 등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 좀 그런 경향이 있어서 하루에 3번 이상 울고 난리 피우고, 심은하가 나온 드라마 M이나 전설의 고향, 미스터리 극장 등을 보고 나서 가위에 눌리고 귀신을 보고(아마도?) 꿈에서 누가 날 죽이려 하는 등의 일이 많아서 금쪽이가 과민해하거나 불안해하는 부분 등이 너무 잘 이해가 되었어요.
또 요즘 제가 자주 가는 카페의 직장인 톡에 보면 직장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거나 어딜 가든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이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고 나니 어쩌면 그런 사람들도 화용 언어가 부족한 게 아닌지, 사회성과 언어적인 발달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아 어떠한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쪽이는 정말 좋은 부모님을 만나 영상을 찍거나 만화를 그려주시면서 아이에게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가르쳐주시는데, 그런 교육과 도움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사회성이나 언어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게 아닌지 싶어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물론 이건 다른 사람들한테만 국한된 게 아니고 저한테도 해당되는 거고요. 저도 가끔 극심한 불안함을 느낄 때가 있고 사람들에게 적절치 않은 말을 할 때도 있을 거예요. 누구든 절대 그러지 않는 사람을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어떠한 사회적 상황에 맞는 행동이 뭔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아 유익한 것 같아요.
아이들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아서 아이들의 문제 행동과 솔루션을 보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나의 행동도 개선해 나가는.. 그래서 아이가 없는 저도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많네요.
이번 회에서는 금쪽이가 보여주는 과민함과 불안함이 이 시대 어른들이 느끼는 과민함과 불안함을 증폭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 어른들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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