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기네스 펠트로가 장식하고 있는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 포스터. 포스트는 몇 번 봤지만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고 딱히 끌리지 않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취향도 더 다양해지고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걸 시도했을 때 의외의 즐거움이 있는 경우도 많다. 너무 일찍 자서 새벽에 다시 깨 웨이브에서 볼 영화를 찾다 이전에 찜해 놓은 영화 중에 슬라이딩 도어즈가 있었고 그래서 보기 시작했다. 무슨 시트콤을 본 것 마냥 시간이 순삭했다. 기대치 않게 슬라이딩 도어즈는 큰 감정의 동요 없이 볼 수 있는 유쾌하고 산뜻한 힐링 드라마였다.
[슬라이딩 도어즈]
개요: 멜로/로맨스, 드라마
미국, 영국
1998.09.05 개봉
감독: 피터 호윗
출연배우: 기네스 펠트로, 존 한나, 존 린치 등
줄거리
런던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 헬렌(기네스 펠트로)은 상사의 맥주 캔을 가져다가 자신의 생일에 마셨다는 이유로 해고 당한다. 이렇게 어이없게 직장을 잃은 헬렌이 함께 동거하고 있는 남자 친구 존은 소설을 쓰는 백수인데, 헬렌이 해고를 당하는 순간 옛 여자 친구 리디아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해고를 당해 마음이 상한 헬렌은 곧장 집으로 향하는데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놓치게 된다.
그 순간, 만약 그녀가 지하철을 놓치지 않고 지하철을 탔을 때와 지하철을 놓쳤을 때, 그 두 가지 가능성과 두 기네스 펠트로가 영화 내내 평행선으로 펼쳐진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았을 경우, 헬렌은 집에 도착해 바람을 피고 있는 남자 친구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와의 관계를 끊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성과 새 로맨스를 시작하게 된다.
지하철을 놓쳤을 경우에는 바람의 현장을 잡지는 못하지만, 결국에는 바람을 눈치 채게 된다. 그리고 영화 끝에 가서 두 헬렌은 모두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가는데...
영화 감상 후기 리뷰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김"을 뜻한다. 지하철에 탄 헬렌은 당시에는 지하철을 놓치지 않고 타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결국 끝에는 죽음으로 삶을 끝내게 된다. 그리고 지하철을 놓친 헬렌은 당시에는 살짝 마음이 상하지만 결국 더 좋은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안 좋을 일이 생겼을 때는 순간적으로 그 상황을 탓하지만, 성경 로마서 8:26-30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내게 이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 살거나 무조건 흐르는 대로 살아도 되는 건 아닐 거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내 짐작대로, 기대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오늘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기분이 다운되고 침울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자, 또 좋은 일이 일어날 거다 라는 신선한 바람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관점을 얻은 것 같다.
영화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풋풋하고 기네스 펠트로의 리즈시절 청초한 외모를 볼 수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언제부턴가 아이언맨과 어벤저스의 로다주 여자 친구 페퍼로만 인식되었는데, 이렇게 젊은 시절의 연기를 보니 역시 너무 이쁘고 풋풋 청순해서 괜히 영화배우가 아니구나 싶었다.
또 바람녀도 좀 얄밉지만 예쁘고 풍성한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과장된 연기와 과하게 당당한 집착녀의 설정을 잘 소화한 것 같다. 그녀와 바람을 피우는 존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도 너무 별로여서 몰입이 안됐다는 평이 많은데 일부러 더 찌질하고 한심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한편 배경이 런던인만큼 미국인인 기네스 펠트로의 영국 악센트는 매력이 넘쳤다. 슬라이딩 도어즈 자체도 영국 악센트가 나오는 영화치고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대단한 스릴이나 재미보다는 관점의 변화를 산뜻하게 제시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19금이지만 몇몇 장면을 빼면 그렇게 야하지 않아서 요즘 15세 영화랑 비교해봤을 때 선정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어쨌든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의 결론은 오늘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너무 좌절하거나 슬퍼하거나 우울해하지 말라는 거 같다. 일주일 내내 마음이 힘들어서 더 와닿는 메시지. 해외에서 좋은 평을 받은 만큼 한번 볼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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